인력-장비부족에 업무 폭주… “식품안전 검사 한계 달해”
“우리는 거의 한계지점에 다다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식품안전 분야 책임자인 스티븐 선드로프 박사는 최근 미국 언론 앞에서 이같이 하소연했다.
FDA 위기론이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최근 확산되고 있는 ‘살모넬라균 감염 토마토 파동’을 계기로 비즈니스위크, 블룸버그 등을 비롯한 미 언론과 전문가들은 “식품안전망을 강화할 근본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올해 4월 중순 살모넬라균 감염 토마토가 처음 미국에서 발견된 뒤 FDA가 확산 차단 및 오염원 추적에 나섰지만 14일 현재 23개 주로 확산됐고 228명이 감염됐다.
FDA의 위기는 인력과 장비 부족에서 두드러진다.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35년 전에 사라진 것으로 여겨졌던 통조림 제품의 보툴리누스균 오염이 지난해 여름 조지아 주 한 공장의 칠리소스에서 재발됐다. 이 공장이 도입한 새 기술에 위생상 결함이 있었지만 FDA가 이를 사전에 검사할 여력이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2005년엔 특정 아이스크림의 살모넬라균 감염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인력과 실험장비 부족 때문에 바이러스 검사를 대학 연구소에 의뢰해야 했다.
FDA의 2009년도 예산은 24억 달러. 지난해보다 5.5% 증액됐으나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수입식품의 증가는 ‘감당하기 힘든 도전’으로 꼽힌다. 미국에서 의약품 재료의 수입의존도도 80%를 넘어섰다.
그러나 현장 요원의 수는 2004년 이후 은퇴, 자발적 퇴직 등으로 3분의 1이나 줄었다. 해외 현지 검사는 2001년 211건에서 지난해엔 96건으로 줄었다.
휴일에 가족과 장을 보다가도 의심나는 식품을 보면 자기 돈을 들여 사와서 검사하는 열정 넘치는 요원이 여전히 대다수지만, 요원 개개인의 열정만으로 헤쳐가기엔 FDA가 직면한 도전이 너무 크고 구조적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지적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발췌: 동아일보